비문학

비문학의 역사,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해왔나?

woody-story2 2025. 7. 26. 12:28

‘비문학’이라는 말은 비교적 최근에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문학에도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놀랍게도 비문학은 최근에 나온 개념이 아니다. 비문학의 본질은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설명, 주장, 보고, 기술, 정보 전달 등 사실 중심의 글쓰기는 인간이 언어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우리가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비문학 지문은 그 자체로 갑자기 등장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해온 언어 표현의 한 형태인 것이다. 비문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곧 인류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공유하고 확장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며,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어떤 맥락에서 이 글쓰기와 독해를 훈련하는지를 되짚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

비문학의 역사

목차

 

1. 고대 비문학의 기원: 기록의 탄생과 설명의 시작

비문학의 역사는 문자와 기록의 발명에서 시작된다.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 문명에서 사용된 설형문자는 주로 세금, 곡물 분배, 거래 내역 등을 기록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는 오늘날의 설명문이나 보고서 형식의 비문학 텍스트와 유사한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문서는 대부분 사실 전달이 목적이었다. 정확한 수치, 사건의 순서, 업무 지시, 규정 등을 명확하게 기술하는 형태였으며, 이로 인해 글의 구조나 표현 역시 논리성과 간결성을 중시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상형문자를 통해 종교적 의례, 왕실의 지시사항, 의학 지식 등을 문서화하였다. 이 역시 지식을 후대에 전달하거나 정책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보 전달형 글쓰기였다.

이처럼 비문학은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문자 체계가 발달하면서 점차 법률, 조약, 기술 매뉴얼 등 다양한 비문학 양식이 생겨났다.

 

2. 중세의 비문학: 종교·정치·기술의 도구로서의 문서

중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비문학은 주로 종교와 정치의 지배 도구로 활용되었다.
유럽에서는 라틴어로 된 성경 해석서, 신학적 논문, 교리 해설서 등이 등장했으며, 이는 신의 뜻과 교회의 권위를 전달하기 위한 설명형 문서였다.

중국에서는 유교 경전, 제왕의 칙령, 관리 임명장, 조세 법령 등 다양한 비문학 문서가 존재했다.
이들 대부분은 상명하복의 질서를 전달하고 유지하기 위한 공식 문서였으며, 구조적으로는 서론-본론-결론의 전형적 전개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는 의학, 천문학, 수학, 철학 등의 지식이 아랍어로 집필되었고, 이는 후대 유럽 르네상스의 학문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이 시기의 학술 문서는 비문학의 학문적 정착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3. 근대 비문학의 확장: 계몽주의, 과학 혁명, 교육과 연결되다

17~18세기 계몽주의 시기, 비문학은 급속히 확산된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특징은 사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한 진리 추구였다.
대표적으로 뉴턴의 『프린키피아』,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등은 논리적 구조를 갖춘 설명문 형태로 지식의 내용을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과학혁명과 함께 관찰 기록, 실험 결과, 이론 정립을 위한 보고 형식이 표준화되기 시작했고, 현대 과학 논문 구조의 전신이 된다.

한편, 인쇄술의 발달로 신문, 칼럼, 시사잡지 등이 등장하면서 대중 대상의 정보 전달형 글쓰기가 본격화된다. 정치 사상서, 사회 비판 칼럼, 교육 개혁 논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문학 텍스트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4. 현대 비문학의 정착: 학문과 언론의 중심으로

20세기 이후 비문학은 명확한 개념 정의와 구조화된 서술 방식을 기반으로 학문적 글쓰기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동시에 대중 언론과 실용문 분야에서도 전문화가 진행된다.

대학의 학술논문, 기업 보고서, 매뉴얼, 법률 문서, 설명서 등은 모두 비문학 텍스트의 확장된 형태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웹 기반의 텍스트, 정보 그래픽 기반 설명문, 멀티미디어 설명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으로 변형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독자가 정보를 구조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는 곧 비문학 독해력의 필요성을 강화시키는 시대적 배경이 된다.

 

5. 한국에서의 비문학 교육의 발전

한국 교육에서 ‘비문학’이라는 용어는 본래 문학교육과의 구분을 위해 생겨났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설명문', '논설문', '기행문', '보도문'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구분되었으며, 정보성·설득성 중심의 글쓰기 교육이 중심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수능 국어에서 비문학 독해 영역이 강화되며, 학생들의 독해력, 사고력, 추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수능뿐 아니라 각종 내신 평가에서도 비문학은 고난도 문제로 자주 등장하며, 국어 실력의 핵심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현재는 ‘비문학 독해력’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었으며, 초등부터 고등까지 단계적으로 설명문, 논설문, 정보 전달문, 실용문을 아우르는 독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에 EBS, 출판사,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다양한 비문학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어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비문학은 단순히 교과서 속 지문이 아니다.
그 본질은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고,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정리해온 방법의 집합이다.
그 역사는 곧 지식의 역사이며, 교육의 역사이고, 소통의 역사다.

오늘날 우리가 비문학을 배우는 이유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 중심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독립적 사고와 판단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비문학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뿌리를 되짚는 것은 곧
지금 우리가 어떤 텍스트를 읽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