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글쓰기의 기원과 진화: 고대에서 현대까지
비문학 글쓰기는 흔히 ‘논리적인 글쓰기’,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로 요약된다.
하지만 단순히 설명문이나 논설문, 보고서 작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문학 글쓰기는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면서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설득하며,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온 언어적 표현의 한 축이다.
이 글에서는 ‘비문학’이라는 개념이 어떤 사회적 배경과 요구 속에서 생겨났고, 각 시대의 담론 생산 방식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그리고 현대에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비문학 글쓰기’의 역사를 교육적 시각이 아닌 지적 도구의 진화사라는 관점에서 탐구한다.
목차
- 1. 비문학의 글쓰기 이전: 말과 행위의 기록을 향한 욕망
- 2. 문자 발명 이후의 정보 조직 방식
- 3. 글쓰기의 기능 분화와 비문학의 정체성 형성
- 4. 근대 글쓰기 기술의 전환과 비문학의 구조화
- 5. 현대 비문학 글쓰기의 핵심 원리
- 6. 비문학 글쓰기의 교육적 진화: 글쓰기에서 읽기로
- 7. 디지털 시대의 비문학 글쓰기: 양보다 구조의 시대
1. 비문학의 글쓰기 이전: 말과 행위의 기록을 향한 욕망
비문학 글쓰기의 탄생 이전, 인간은 기억과 구술을 통해 정보를 전달했다.
수렵의 전략, 날씨의 변화, 약초의 분류, 공동체의 규칙 등 생존에 필요한 정보는
구술을 통해 전승되었고, 이는 일정한 형식과 순서를 가지는 설명 방식으로 발전했다.
즉, 말로 정보를 설명하고 전달하는 방식은 이미 비문학적 글쓰기의 전단계로 볼 수 있다.
기록 매체가 없던 시기에도 인간은 순차적 구조, 사실 중심의 배열, 설득을 위한 반복 등 비문학적 언어의 형태를 구사해왔다. 이는 훗날 문자가 생긴 이후 비문학 글쓰기의 기본 구조로 자리 잡게 된다.
2. 문자 발명 이후의 정보 조직 방식
문자가 발명된 후, 인간은 구술에 의존하던 정보를 지속 가능하게 저장하고, 시공간을 초월해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초기 기록물은 단지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문자는 단위 정보의 묶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술, 규범적 전달 방식 등 글쓰기의 구성 원리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예컨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된 설형문자는 단순한 수량 기입에서 점차 구조화된 서술체로 발전했고,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도 종교적 기념문에서 기술 매뉴얼 형태의 문서로 다양화되었다.
비문학 글쓰기는 단지 문자를 쓰는 행위가 아니라, 정보를 배열하는 방식 그 자체로 형식화된 것이다.
3. 글쓰기의 기능 분화와 비문학의 정체성 형성
비문학 글쓰기가 명확한 형식을 갖추게 된 계기는 문학과의 분화에서 시작된다.
이전까지는 이야기와 설명, 감정과 사실이 뒤섞인 문서가 많았지만, 중세 후기부터 감정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과,
사실과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비문학의 글쓰기는 점점 다른 기능과 목적을 띠게 되었다.
- 문학은 정서의 환기와 상징의 해석을 중심으로
- 비문학은 사실의 전달과 개념의 설명을 중심으로 발전
이 분화는 이후 교육과 행정, 학문 분야에서 글쓰기의 기준을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 되었으며,
정서보다 사실, 표현보다 구조, 아름다움보다 명료성을 추구하는 비문학 고유의 글쓰기 문법이 형성된다.
4. 근대 글쓰기 기술의 전환과 비문학의 구조화
18세기 이후 인쇄술과 계몽주의의 확산은 정보의 접근성과 생산 속도를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이 시기의 글쓰기 전환은 세 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공성과 객관성 강조
비문학 글쓰기는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정의, 예시, 비교, 대조, 순서, 인과관계 같은 논리적 전개 방식이 체계화되기 시작한다.
이런 구조는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설명문, 논설문의 형식적 기초가 된다.
둘째, 교육과 행정의 통합적 글쓰기 수요 증가
정부 기관, 학술 단체, 교육 기관 등에서 정형화된 보고서, 안내문, 교재, 규칙서 등을 제작하면서
비문학 글쓰기의 문체와 구성 방식이 고정되었다.
특히 명확한 제목, 요점 중심의 문단, 논지 중심 문장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셋째, 대중 독자의 등장과 글쓰기 전략의 변화
신문, 잡지, 팸플릿 등의 보급으로 글쓰기는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설득의 도구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문장 구성과 어휘 선택의 전략성이 강조된다.
5. 현대 비문학 글쓰기의 핵심 원리
현대의 비문학 글쓰기는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독자의 이해를 유도하며, 특정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전략적 글쓰기로 진화했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구성 | 요소 설명 |
주제 중심성 | 글 전체가 하나의 중심 주제에 봉사하도록 구성됨 |
논리적 구조화 | 서론-본론-결론 / 주장-근거-예시 등 전개 방식 활용 |
객관성 유지 | 사실 중심 서술, 감정 표현 배제 |
정보 통합력 | 복수의 자료를 종합하거나 시각 자료와 연계 |
독자 고려 | 독자의 배경지식, 이해도에 따른 구성 조절 |
비문학 글쓰기는 이제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기획-설계-전달의 모든 단계를 고려한 인지 설계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6. 비문학 글쓰기의 교육적 진화: 글쓰기에서 읽기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비문학 글쓰기가 현대 교육에서는 '읽기' 중심의 영역으로 재편되었다는 것이다.
즉, 글쓰기 자체보다 비문학적 글을 읽고 해석하고 요약하는 훈련이 강조되면서,
비문학 글쓰기의 형식과 구조는 독해 교육의 기준이 되었다.
- 독해력 → 구조 파악 능력
- 요약력 → 중심 내용과 세부 정보 구별 능력
- 추론력 → 생략된 논리를 추측하는 능력
- 비판력 → 관점과 의도 파악
이러한 교육 방식은 결국 쓰기와 읽기의 통합적 사고 훈련을 촉진하고 있으며,
비문학 글쓰기를 단지 작문의 한 갈래가 아니라, 복합 사고력을 표현하는 언어 도구로 격상시켰다.
7. 디지털 시대의 비문학 글쓰기: 양보다 구조의 시대
현대 사회는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비문학 텍스트가 생성되는 시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글쓰기 능력이 아니라, 의도에 맞게 글을 구조화하고,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능력이다.
대표적 변화
- 웹 문서 구조: 제목, 소제목, 요약, 목차, 하이퍼링크 등
- SNS 글쓰기: 주장과 근거를 압축적 구조로 제시
- 인포그래픽: 비문학 정보의 시각화 형식
이처럼 현대의 비문학 글쓰기는 멀티모달적 글쓰기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 및 실무 글쓰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비문학 글쓰기는 단지 시험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에서부터 이어져온 인간이 세상을 해석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법이자, 정보를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전달하는 전략적 사고의 도구다.
그 기원은 원시 공동체의 구술에서 시작되었고, 문자의 탄생과 함께 구조화되었으며, 근대 계몽의식 속에서 객관성과 논리의 언어로 자리잡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디지털 콘텐츠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형되고 있다. 우리는 비문학의 역사의 속에서 흐름을 이해할 때, 더 나은 글쓰기뿐 아니라, 더 나은 읽기와 사고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